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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슬픔이여, 안녕]

by Yebin (Kylie) 2021. 6. 24.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ㅡ『슬픔이여, 안녕』을 읽고 ㅡ

 

  이 작품은 내게 ‘슬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본질 뿐 아니라,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슬픔’은 아버지와 결혼하기로 하였던 안느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느꼈다. 주인공 쎄실이 안느가 자신의 삶을 간섭한다고 생각하여 미워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안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쎄실은 방탕한 그의 아버지의 노년을 생각하면 지적이고 정숙하고 이성적인 안느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렇게 행동했다. 나는 여기서 인간의 이중성을 느꼈다. 그의 아버지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이전 삶이 더 낫다고 합리화하며 안느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이중적인 것과 동시에 지양해야 할 삶의 태도라고 느꼈다.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똑바로 마주 보고 이를 인정하며 지금 나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가장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성찰하고 또 성찰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맨 첫 번째에 이러한 구절이 있었다. ‘권태와 감미로움이 내 머리에서 줄곧 떠나지 않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에, 슬픔이라는 아름답고 무게 있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나는 주저하고 있다. 내가 거의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그 감정은 아주 완벽하고 이기적이다. 그래서 슬픔은 내게 언제나 고귀한 것처럼 보였다.’ 얼마나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슬픔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전에 슬픔이라고는 깊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으며, 그저 눈물이 절로 흐를 만큼 비통한 심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게다가 슬픔이라는 것은 좋지 않은 감정이며, 오직 행복만이 좋은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슬픔이 고귀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오직 행복만이 좋은 감정이라면, 왜 우리한테는 그렇게나 많은 감정이 있을까? 어느 감정 하나 빠질 것 없이 중요하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이바지해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전까지 슬픔을 비롯한 감정을 배제하기 위해, 애써 무시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나는 정말 감정적인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 ‘감정’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나, 내가 해결할 문제가 있을 때 그 한순간의 감정에 치우쳐 결정을 내렸던 적이 많았다. 그 뒤에 후회가 뒤따른 건 당연했다. 그렇기에 이성을 더 중시했고 감정, 특히 슬픔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슬픔이라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안느로 인해 자신의 삶이 슬퍼졌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녀가 죽은 후 슬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느를 그리워하며 진짜 슬픔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보니 말이다. 그러나 슬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던 쎄실에게 슬픔이라는 개념이 가슴 깊이 박혀 들어오자 비로소 안느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었다. 난 이것을 보고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다.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쎄실은 사람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대개, 나도 그랬듯, 사랑이나 행복 같은 개념과 슬픔은 정반대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감정은 하나로 긴밀히 이어져 있으며 서로 상호보완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러한 ‘슬픔’을 어떠한 태도로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모두 행복을 추구하고 기쁨을 좋아한다. 그리고 슬픔은 하나의 이겨내야 할 장애물로 본다. 그러나 슬픔 역시 정말 자연스러우며 부끄러운 것이 아닌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로,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그 예로, 종교에서는 저마다 고유의 장례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유대교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공동체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에 3단계의 애도의 시간을 허락한다. 이는 약 1년으로, 유가족들이 슬픔을 마음껏 느끼고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종교적 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그들의 인종적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율법까지도 면제해주는데, 이는 그만큼 슬픔을 감내하는 시간이 인간에게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슬픔을 겪으면 사람은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단단해진다. 행복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있으며 기쁨이 있기에 슬픔이 있다. 앞으로 슬픔이 닥쳤을 때 나를 발전시킬 기회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