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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ry Translation/Charlotte's Web (E.B. White)

1. 아침 전

by Yebin (Kylie) 2021. 9. 13.

"아빠는 저 도끼 들고 어디 간대요?", 펀이 엄마와 아침을 차리면서 물었다.

"밖에 돼지 우리에. 어젯 밤에 돼지 몇 마리가 태어났대." 애러블 부인이 대답했다.

"아빠가 왜 도끼가 필요한 지 모르겠는데요," 8살 밖에 되지 않은 펀이 계속 말했다.

"그게 말이야, 그 돼지 중 한 마리가 엄청 왜소하대. 너무 작고 약해서, 아무 데도 쓸모가 없어. 그래서 너희 아빠가 없애버리기로 결정하셨고."

"없앤다고요? 엄마 말은, 죽인다는 거예요? 고작 다른 애들보다 작다는 이유로요?" 펀이 소리쳤다.

애러블 부인은 식탁에 크림 통을 올려두셨다.

"소리 지르지 마, 펀! 너희 아빠 말이 맞아. 어찌 됐든 그 돼지는 곧 죽을 거라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펀은 의자를 밀어 버리곤 문 밖으로 뛰어 나갔다. 풀은 젖었고, 땅에선 봄 냄새가 물씬 풍겼다. 펀이 겨우 아빠를 따라 잡았을 때쯤 운동화는 축축히 젖어버렸다.

"제발 죽이지 마세요!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펀이 울부 짖었다.

애러블 씨는 걷는 걸 멈추셨다. "펀.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좀 더 배워야 겠구나."

"스스로를 다스리라고요? 이건 살고 죽는 문제잖아요, 그런데 아빠는 저 자신을 다스리라니뇨."

눈물은 펀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고 펀은 도끼를 꽉 쥐고 아빠 손에서 뺏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펀. 새끼 돼지들을 기르는 것에는 아빠가 너보다 더 많이 알 거야. 이제 다시 집으로 가!"

"그래도 이건 불공평하잖아요. 그 돼지가 작게 태어난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제가 태어날 때 아주 작게 태어났더라면, 아빠는 절 죽이셨을 거예요?"

애러블 씨가 웃었다.

"절대 아니지. 근데 이건 다르잖아. 어린 여자 아이는 이거고, 작고 왜소한 돼지는 다른 거지.", 아빠가 딸을 애정 어린 눈으로 보며 말했다.

"전 차이점을 모르겠어요. 이건 제가 여태껏 들어본 것 중에 가장 불공평하고 끔찍해요." 펀이 아직도 도끼를 꼭 잡으며 말했다. 

이상한 표정이 존 애러블의 얼굴에 살짝 비쳤다. 거의 울 듯한 표정이었다.

"알았어. 다시 집으로 가면 내가 들어갈 때 그 왜소한 돼지를 갖고 갈게. 네가 돼지를 아기처럼 젖병으로 시작하도록 해 줄 테니까. 그럼 너도 돼지가 얼마나 골칫덩어리인지 알게 되겠지.",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빠가 30분 후에 집에 왔을 때, 팔 아래에는 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펀은 윗층에서 운동화를 갈아신고 있었다. 부엌 식탁에는 아침이 차려져 있었고, 방은 커피, 베이컨 냄새, 난로에서 나오는 축축한 시멘트 냄새, 그리고 나무 연기로 가득 찼다.

"애 의자에 올려 놔!" 애러블 부인이 말했다.

아빠는 펀 방에 상자를 올려놓곤 싱크대로 가 손을 씻고 수건에 닦았다.

펀은 천천히 계단 밑으로 내려왔다. 눈은 울어서 빨갛게 부어 있었다. 펀이 의자로 가까이 갔을 때, 상자는 흔들거리고 있었고, 긁는 소리도 났다. 펀은 아빠를 보았다. 그러곤 상자의 뚜껑을 들어 올렸다. 거기 안에는, 펀을 바라보는 새로 태어난 돼지가 있었다. 흰색이었다. 아침 햇살은 귀 위로 쏟아져 핑크빛으로 물들게 했다.

"네 거다. 운이 좋지 않은 죽음에서 구해주었구나. 신께서 아빠의 어리석음을 용서해주었구나."

펀은 그 작은 아기 돼지한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오, 세상에! 얘 좀 보세요! 정말 너무나 완벽해요."

펀은 상자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처음에는 아빠한테 뽀뽀했고, 다음에는 엄마에게 뽀뽀를 했다. 그 다음 다시 뚜껑을 열고, 돼지를 꺼내고, 볼에 대었다. 이 때, 펀의 오빠인 애버리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애버리는 10살이었다. 애버리는 한 손에 공기총이, 다른 손엔 단검을 들고 있어 양 손이 무거웠다. 

"뭐야? 펀이 뭘 갖고 있는 거예요?" 애버리가 따지듯 물었다.

"아침 식사에 손님을 초대했단다. 손 씻고 세수해, 애버리!" 애러블 부인이 말했다.

"나도 보자!" 애버리가 총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저 불쌍한 걸 돼지라고 하냐? 거 참 퍽도 돼지라고 하겠다. 겨우 생쥐만하면서."

"씻고 아침 먹어, 애버리! 학교 버스가 30분이면 올 거야." 애버리의 엄마가 말했다.

"저도 돼지 한 마리 키우면 안 돼요, 아빠?" 애버리가 물었따.

"안 돼. 일찍 일어나는 친구한테만 돼지를 키울 수 있게 해 줄 거야. 펀은 새벽 같이 일어나서 불공평한 세상을 없애려고 노력했잖니. 그 결과로 지금 돼지를 가지고 있는거고. 뭐, 작긴 하지만 그래도 돼지는 돼지잖니. 아침에 침대에서 빨리 나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 것 뿐이란다. 이제 먹자!" 아빠가 말씀하셨다.

하지만 펀은 그녀의 돼지가 우유를 마실 때까지 아침을 먹을 수 없었다. 애러블 부인은 아기 젖병과 고무 젖꼭지를 찾았다. 엄마는 젖병에 따뜻한 우유를 부었고, 위에 고무 젖꼭지를 끼운 후  펀에게 주며 말씀하셨다.

"돼지한테도 아침을 좀 주렴!"

펀은 부엌 구석 마룻바닥에 앉아 무릎 사이에 아기를 끼우고 젖병을 빠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돼지는 작았지만, 식욕도 좋았고 금방 배웠다. 학교 버스는 도로에서 빵빵 경적을 울렸다.

"뛰어!" 애러블 부인이 펀에게서 돼지를 뺏고 손에 도넛을 잽싸게 쥐어 주며 외쳤다.

애버리도 총을 집어 들며 도넛을 들었다. 아이들은 도로로 뛰어 나갔고 버스에 올라탔다. 펀은 버스 안에 애들한테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앉아서 창문 밖을 바라 보며 얼마나 축복 넘치는 세상인지, 그리고 자기가 돼지를 완전히 맡게 된 게 얼마나 행운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버스가 학교에 도착했을 무렵, 펀은 자기가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예쁜 이름을 골라 자신의 애완동물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

"돼지 이름은 윌버야." 펀은 중얼거렸다. 펀은 선생님께서 자기를 지목했을 때도 여전히 돼지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펀, 펜실베니아 수도가 어디지?"

"윌버요." 펀이 망상에 빠져 말했다. 반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웃었고, 펀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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